걸으며 생각한 것들 (7)

김재원

·

2021. 3. 16. 10:00

올해 말까지 D&DEPARTMENT JEJU에서 전시로도 선보이고 있는, <LONG LIFE DESIGN. 1>의 첫 구절부터가 인상 깊다.

"디자인이 롱 라이프가 되었습니다."

D&DEPARTMENT JEJU에서 © 읽고.걷고.쓰고

디자인은 의미만 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적용되는 범위와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나가오카 겐메이가 제안하는
#롱라이프디자인의 개념은 진지하게 파고들어 볼 가치가 있었다.

파타고니아나 프라이탁처럼 지속가능성을 기본 전제로 하는 패션 브랜드들을 보면, 하나의 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기는 대신 한 번의 구매만으로도 그 제품을 오래 소비할 수 있게 상당한 고민을 거쳐 제품을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한 제품은 환경 문제를 키우는 무책임하고 가벼운 소비로부터 소비자가 벗어날 수 있게 돕는 건 물론이고, 구매 이후에도 수거나 수선, 업사이클링 등의 방법으로 제품의 사용연한을 최대한 늘려 "패스트 패션"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소비 관점을 바꾸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지속가능한 '롱 라이프 디자인'이 사회적으로, 특히 교육적으로는 적용될 수 없을까.

우리는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늘 말하지만, 정작 우리 교육을 장기적인 관점이나 생애주기적 맥락을 고려해 디자인하기보다는 일시적인 경쟁수단으로 활용하고 마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러니 평생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받고 학습해나가야 할 이들이 특정 시기에 공부한 내용들을 시험이 끝나자마자 외면하게 되고, 다음 시기에 새로운 학습을 맞이하면 0에서부터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분절적인 "패스트 러닝"에 길들어져 있지 않은가.

대학 입시에서 정시와 수시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는 등으로 기회의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본질이 학습자 역량의 강화 및 축적, 활용에 있다는 데에 공감한다면 우리 교육은 여태까지와는 다른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새로운 유행이니까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 급속도로 산업이 변할 것이니 그때마다 전환은 불가피하다?", 당연히 그런 전환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본질과 가치, 내용들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롱 라이프 디자인'된 교양교육이 시대 전반의 사고를 뒷받침해준다면, 전환기를 맞이할 때마다 필요한 근간과 원동력이 항상 준비되어 있게 되지 않을까.


D&DEPARTMENT JEJU에서 © 읽고.걷고.쓰고

제주에서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여길 들른 덕분에 더욱 알찬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디앤디파트먼트제주

 

D&DEPARTMENT JEJU by ARARIO –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점

D&DEPARTMENT 롱 라이프 디자인 멤버스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계속 좋은 것을 응원하고 본질 있는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동료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View Project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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