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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게 이기는 거'란 속담]

가장 개인적인 선택을 좇다 보면 분명 부딪히게 되는 벽들이 있고, 그렇게 부딪히다 보면 벽들을 피해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선택을 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제가 혹시나 이 앨범으로 정말 잘되더라도 제가 원하던 한국 힙합 음악 시장의 형태를 구축하지 못하면 제가 ‘이겼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옛 어른들의 '지는 게 이기는 거'라..

2021.03.15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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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한 것들

걸으며 생각한 것들 (6)

1. 심연의 우주 속에서 한없이 작아진 나머지 불안에 떨고 있던 로밀리를 쿠퍼가 다독여주는 장면이 있다. 쿠퍼는 그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며 시덥잖은 말들을 늘어놓다가, 지구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선에서 가장 아날로그스런 기계로 남은 위로를 대신하며 조용히 자리를 뜬다. ⠀ 아마도 우주로 떠나오기 전, 구식 워크맨으로 녹음해둔 지구의 소리일 텐데. 들어보면 별거 아닌 빗소리, 벌레의 울음소리, 천둥 치는 소리지만 불안감에 잔뜩 긴장해있던 로밀리는 이 소리들을 듣자 이내 풀어지고야 만다. ⠀ 2. 이윽고 가만히 자세를 고쳐 앉아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던 그의 모습은 마치 내가 우울했던 나날들 가운데 툭하면 산책하며 걷던 모습과 비슷하다. 갑작스레 우울감이 엄습해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온갖 걱정들을 긁어모아 ..

2021.03.09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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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한 것들

걸으며 생각한 것들 (5)

스스로 졸라맨 생활비가 살짝 쪼들려서 장기하의 인터뷰가 실린 '일간 이슬아(@sullalee)' 한여름호를 아직 구매하지 못했다. 대신 얼마 전 EBS 이스라디오에 출연한 장기하(@kihachang)의 인터뷰를 들으며 오늘의 걷기를 시작했다. ⠀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시작해 신촌동-대신동을 거치고, 이화여대의 꼭대기와 안산도시자연공원의 돌담길을 지나 서촌에 다다를 때까..

2021.03.07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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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한 것들

걸으며 생각한 것들 (4)

1. 꾸준히 읽고 걷는 게 삶에 적절한 ON/OFF 스위치가 되어주는 것에 깊이 감사해하는 요즘이지만, 24시간으로 한정된 회사원의 하루에 마음껏 읽고 걷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읽기와 걷기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도심 한가운데이기 때문에 항상 차와 자전거, 전동 킥보드까지 조심해서 걸어야 해 무언가를 보면서 걷는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 요즘 출퇴근길에 자주 이용하고 있는 교보eBook 앱이 책을 읽어주는 TTS 음성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주긴 하는데, 목소리에 감정이 실려있지는 않다 보니 문학작품을 들으며 걸을 때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이 생기더라. ⠀ 2. 그렇게 대안을 찾다가 네이버 오디오클립(@naver_audioclip)이 팟캐스트만 ..

2021.03.06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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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한 것들

걸으며 생각한 것들 (3)

1. 장기하가 혁오의 'Silverhair Express'를 리믹스하면서 내레이션으로 쓴 구절들을 듣고, 뭐지? 싶었다. 마치 한창 SF/판타지 소설에 심취해있었던 중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간만에 상상이란 걸 하게 되더라. ⠀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에 있었지'라거나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같은 구절들은 우주판 Black Mirror가 나온다면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난 이 구절들이 김초엽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의 일부라는 걸 찾게 되었고, 이 작가와 소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 2. 마침 지난 한남동 걷기 모임의 종착지는 스틸북스. 난 김초엽의 소설이 생각났고, 책..

2021.03.06 게시됨

[할아버지, 그곳에선 다시 건강하세요.]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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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곳에선 다시 건강하세요.]

어느 병실에 두 손을 꼭 맞잡은 노부부가 있다. 아니, 가까이 들여다보니 노부인이 남편의 손을 꼭 붙들고 있는 편이 맞겠다. "할아버지, 집에 얼른 같이 가야지. 금방 일어나서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나의 외할머니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계신다. 그럴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남편의 부재는 너무나도 큰 공허감을 안기는 일이겠지. ⠀ 멀찍이 바라보던 나도 조용히 침상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겨 외할아버지의 하얘진 손을 잡아본다.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의 할아버지가 이제는 허리를 일으킬 힘조차 없는 상태로 누워계신다. 손은 여전히 크지만, 이제는 차갑다. ⠀ 얄궂은 폐암은 할아버지를 몇 년째 괴롭혀왔고, 몇 차례의 오진과 반복되는 입·퇴원은 결국 그를 지치게 하였을 터. 그렇게 다른 가족들은 서서히 ..

2021.02.22 게시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