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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L/감상의 기록들

RE: 미나리 (210508)

밉고도 고운 게 가족이렷다. ⠀ 투닥투닥, 혹은 그보다 가혹하게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다가도 그 어느 순간순간들의 따스함과 뜨거움으로 서로의 부족을 채워내기도 하는 우리의 이름은 가족. ⠀ 우리 가족도 이젠 지난 것들을 다 태워버렸으니, 땅바닥에 모여 다 같이 잠들었다가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자. 미나리처럼. ─ 2021년 어버이날 전야에 엄마랑 본 영화

2021.05.09 게시됨

그래비티|인생이 무상이거늘 어찌 아직도 매여있는가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IRL/감상의 기록들

그래비티|인생이 무상이거늘 어찌 아직도 매여있는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주말이었다. 오랜만에 무려 이틀간 24시간이라는 수면시간을 기록할 정도로... 하지만 24시간의 수면시간도 나의 공허함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사람이 무언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과업을 짊어지게 되었을 때 느끼는 무력감과 함께 '에라이' 마인드까지 겹쳐 불어닥친 나의 내면은 마치 닥터 스톤이 고칠래야 고칠 수 없었던 통신 시스템 같았다. ⠀ 지난 금요일,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지? 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거의 다 잠식해가던 순간, 펑! 내 머릿속의 인내 게이지는 마치 망할 러시아 놈들의 뻘짓거리로 날아온 잔해에 부딪혀 폭발하고야 말았다. 현실이라는 우주선과 나 사이를 연결하는 정신줄도 그와 함께 뚝! 끊어졌고, 난 저 멀..

2021.03.28 게시됨

원더풀 라이프 & 오! 수정|어쩌면 우연? 어쩌면 의도!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IRL/감상의 기록들

원더풀 라이프 & 오! 수정|어쩌면 우연? 어쩌면 의도!

한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뺨을 맞으며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도 남자는 여전히 그날의 일을 마치 슬픈 발라드 노래 속 가사처럼 떠올리며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하지만 정작 여자는 아직도 그 남자와의 지난 연애를 생각하면 고작 뺨 한 대 때리고 헤어지기엔 너무 억울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 서로 같은 사건을 떠올리면서도 어떤 사람은 슬픔을 느끼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억울함을 느낀다. 이렇듯 기억이라는 것은 기억하는 사람이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998년 작인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이러한 기억의 상대성을 '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달은 항상 똑같은 모습인 것 같은데... (각.도.의.중.요.성) ..

2021.03.28 게시됨

첨밀밀|‘3포 세대’를 내다본 모큐멘터리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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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3포 세대’를 내다본 모큐멘터리

영화 「첨밀밀」은 1986년부터 1995년까지 딱 10년간의 이야기이다. 이는 홍콩의 중국으로의 반환 협정이 마무리된 1984년부터 이 협정에 따라 실제 반환된 1997년까지의 시기와 대략적으로 맞물린다는 점에서 단순한 멜로물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점을 불러일으킨다. 영국령 홍콩 시절부터 서양의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홍콩은 사회주의 공화국을 표방하는 중국으로 반환되고 나서도 특별 행정구역으로 지정되어 50년 동안은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방침이 적용되었다. 즉, 그 당시 중국인들에게 홍콩은 같은 나라임에도 훨씬 성공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써 각광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영화의 두 주인공인 소군(여명 분)과 이교(장만옥 분)는 이러한 가능성을 좇아 각자가 자란 고향을 떠나 홍콩으로 ..

2021.03.28 게시됨

['지는 게 이기는 거'란 속담]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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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게 이기는 거'란 속담]

가장 개인적인 선택을 좇다 보면 분명 부딪히게 되는 벽들이 있고, 그렇게 부딪히다 보면 벽들을 피해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선택을 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제가 혹시나 이 앨범으로 정말 잘되더라도 제가 원하던 한국 힙합 음악 시장의 형태를 구축하지 못하면 제가 ‘이겼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옛 어른들의 '지는 게 이기는 거'라..

2021.03.15 게시됨

[할아버지, 그곳에선 다시 건강하세요.]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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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곳에선 다시 건강하세요.]

어느 병실에 두 손을 꼭 맞잡은 노부부가 있다. 아니, 가까이 들여다보니 노부인이 남편의 손을 꼭 붙들고 있는 편이 맞겠다. "할아버지, 집에 얼른 같이 가야지. 금방 일어나서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나의 외할머니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계신다. 그럴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남편의 부재는 너무나도 큰 공허감을 안기는 일이겠지. ⠀ 멀찍이 바라보던 나도 조용히 침상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겨 외할아버지의 하얘진 손을 잡아본다.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의 할아버지가 이제는 허리를 일으킬 힘조차 없는 상태로 누워계신다. 손은 여전히 크지만, 이제는 차갑다. ⠀ 얄궂은 폐암은 할아버지를 몇 년째 괴롭혀왔고, 몇 차례의 오진과 반복되는 입·퇴원은 결국 그를 지치게 하였을 터. 그렇게 다른 가족들은 서서히 ..

2021.02.22 게시됨

[마지막 빨랫감을 맡기고 오는 길.]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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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빨랫감을 맡기고 오는 길.]

백양 세탁소에 마지막 빨랫감을 맡기고 오는 길. 겉잡을 수 없이 오르는 가게 월세 때문에 오랫동안 지켜온 자리를 떠나게 된 것에 사장님은 연신 미안하다고 하셨다. ⠀ 오르는 월세를 더는 붙잡을 수 없어 단골 세탁소가 떠나야 하듯이, 시간도 붙잡을 수 없이 흘러 벌써 2월을 떠나보내야 하고, 이제 몇 분 뒤면 3월이 그 빈곳을 채우게 된다. * 할 일 목록 ─ 3월 17일 전에 빨래 찾기

2021.02.21 게시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