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생각한 것들
걸으며 생각한 것들 (6)
1. 심연의 우주 속에서 한없이 작아진 나머지 불안에 떨고 있던 로밀리를 쿠퍼가 다독여주는 장면이 있다. 쿠퍼는 그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며 시덥잖은 말들을 늘어놓다가, 지구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선에서 가장 아날로그스런 기계로 남은 위로를 대신하며 조용히 자리를 뜬다. ⠀ 아마도 우주로 떠나오기 전, 구식 워크맨으로 녹음해둔 지구의 소리일 텐데. 들어보면 별거 아닌 빗소리, 벌레의 울음소리, 천둥 치는 소리지만 불안감에 잔뜩 긴장해있던 로밀리는 이 소리들을 듣자 이내 풀어지고야 만다. ⠀ 2. 이윽고 가만히 자세를 고쳐 앉아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던 그의 모습은 마치 내가 우울했던 나날들 가운데 툭하면 산책하며 걷던 모습과 비슷하다. 갑작스레 우울감이 엄습해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온갖 걱정들을 긁어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