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한강의 카약과 무인양품 알람시계)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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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 12:40

한강의 카약과 무인양품 알람시계 © 읽고.걷고.쓰고

1. 광화문 근처에서 오늘의 마지막 일과가 끝나면서 조금 이른 퇴근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레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다가 문득 어제 들렀던 한강이 다시 생각났다. 나도 모르게 망설임 하나 없이 '해지는 한강녘을 바라보고 싶다'라는 생각만으로 원래의 궤도를 벗어나 가장 가까운 쪽의 한강으로 향했다.

2. 만 보도 채울 겸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걸었다. 걷다 보니 카약을 타며 강물의 흐름 위에서 유영하는 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도 한강 곁을 걷기만 할 게 아니라 언젠간 저 남자처럼 한강 위에 몸을 맡기고 같이 흘러보고 싶어졌다.

3. 한강 구경이 끝난 뒤에는 뒤늦은 새해 다짐을 지키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사러 집과 가장 가까운 무인양품(MUJI,
@mujikr) 매장에 들렀다. 오늘 사려고 한 아이템은 알람시계였다. 2년째 불면증을 고치기 어려워하는 나에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는 '핸드폰을 침대로 가지고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알람 기능을 핑계로 핸드폰을 쥐고 침대에 들어오면, 그대로 침대에 누운 채 YouTube 영상들을 보느라 시간은 금방 새벽 2시, 3시 반...

그래서 당분간 '김재원의 iPhone'은 침실로의 출입을 금지할 예정이고,
그 대신 이 알람시계가 iPhone의 빈자리를 채워 내 아침형 인간으로의 도전을 도와줄 것이다.

4. 그런데 알람시계를 사면서 겪어보지 못한 서비스 경험 하나를 당해버렸다. MUJI의 알람시계는 정상 기능을 하는 이상 교환・환불은 불가능하지만, 그 대신 사용 중에라도 1년 안에 기능적인 결함이 발생하면 무상 수리나 교환이 가능하다. (뭐 여기까지는 대부분 가능한 얘기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그런데 1년의 품질 보증기간이 모두 지났을지라도 (시계의 경우) 5년까지는 내용 연수에 따른 감가상각을 적용하여 새 제품으로 교환하는 데에 할인 혜택을 준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자사의 제품을 오래 쓰게 하기 위한 상술의 일종일 수도 있겠으나, 그래도 '감가상각을 적용해서라도 할인해줄 테니, 오래 쓴 만큼 좋은 경험이었다면 와서 새 제품으로 싸게 바꿔가!'라는 그들의 자세가 마치 믿을만한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가뜩이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딱 적당한 디자인으로 매력적이라 생각하던 브랜드였는데, 구매 이후에 소비자와 맺어가는 관계마저도 탁월한 수준으로 제안해준다는 점이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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