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생각한 것들 (5)

김재원

·

2021. 3. 7. 10:00

서촌 어딘가에서 © 읽고.걷고.쓰고

스스로 졸라맨 생활비가 살짝 쪼들려서 장기하의 인터뷰가 실린 '일간 이슬아(@sullalee)' 한여름호를 아직 구매하지 못했다. 대신 얼마 전 EBS 이스라디오에 출연한 장기하(@kihachang)의 인터뷰를 들으며 오늘의 걷기를 시작했다.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시작해 신촌동-대신동을 거치고, 이화여대의 꼭대기와 안산도시자연공원의 돌담길을 지나 서촌에 다다를 때까지 장기하의 첫 산문집인 <상관없는 거 아닌가?>에 대한 라디오 인터뷰를 몇 개 더 연달아 들을 수 있었다. 세로로 내려오다가 중간에 가로로 꺾이는 책 제목의 표지 디자인부터가 어찌 됐든 상관없는 거 아니냐는 듯하다는 김창완 아저씨의 한마디가 이 책에 대한 이미지와 기대감을 단번에 정리했다.


지난 30년간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고민하다 현타를 정통으로 때려맞은 내겐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제목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 장기하 작가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 관련 인터뷰 중에서

이슬아는 장기하의 글이 군더더기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는데,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앉아서 읽은 지면 인터뷰에서도 장기하는 창작은 결국 요약이며, 핵심을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인다. 이는 창작이 본래 핵심을 전달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장기하 본인의 경우에는 두각을 나타낼 자신이 없는 것들을 포기한 결과에 더 가까웠다고 한다.

"최고가 없으면서 내가 1등 할 수 있는 분야는 개성"이라면서.

최재천 박사의 연구소에서도 수많은 동물 행동 연구자들이 저마다 아무도 연구하지 않은 동물을 연구함으로써 각 분야의 1인자가 되었다고 하던데... 결국 1등 할 수 있는, 나만의 개성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두각을 나타낼 지름길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독립문을 지나며 © 읽고.걷고.쓰고

그러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데 힘을 빼고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디서 배워온 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자꾸 더하려는 습성을 내려놓고 일단 하나에 집중하고 몰입하자, 마치 오늘 18,534걸음에 그랬던 것처럼.

아무튼, 조만간 장기하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행복하려면, 끝없이 포기에 성공해야" 장기하의 단념의 미학

가수 장기하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단념과 집념 사이, 행복하려면 포기에 성공해야""창작의 핵심은 요약, 군더더기 빼고 리듬 뽑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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