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라면이다.]
김재원
·2021. 2. 18. 20:50
라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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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인생은 자기 자신의 고유한 맛을 마다하고, 나는 왜 더 맛있는 라면이 아닌지, 왜 불닭볶음면처럼 인기 많은 라면이 될 수 없는 건지 원망하고 자책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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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라면을 위로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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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남아있던 갖은 식재료와 조미료를 기호나 유행에 가깝게 넣어보는 것이다. 흔히들 넣어 먹는 계란만으로도 충분히 포만감은 늘 것이고, 조금 더 정성을 기울여 파기름을 내거나 해산물을 손질해 넣으면 향미가 풍부한 라면으로 거듭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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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너무 많은 욕심 때문에 이것저것 재료들을 죄다 섞어 라면을 끓인다면, 아무리 최고급 식재료를 넣었대도 그만큼의 기대감을 채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린 그저 저마다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재료들을 많지도 적지도 않게 넣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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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지 않아도 우리 인생은 그저 라면에 불과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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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적당히 맛있고, 언젠가 내 쪽으로 유행이 돌아와 우연한 기회를 잡기도 하는 라면.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내 입맛대로 먹던 걸 우직하게 고집해도 상관없는 그런 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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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 그렇다고 아껴먹겠다며 면을 불려서도 안 될 것이다. 나도, 당신의 삶도 괜한 망설임 없이 언제라도 후루룩 털어 넘길 수 있는 그런 라면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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