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무거워도]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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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0. 10:00

한 친구와 하얗게 눈 덮인 한라산을 정상까지 등반했던 게 벌써 5년 전이다. 회사 생활을 핑계로 몸 건강의 관리가 그간 소홀했던 걸까. 5년 전에 비해 내 몸은 무거워져 있었고, 그 때문인지 다시 산을 오르면서 속도나 지구력이 낮아진 게 확실히 느껴졌다.


결국 등반을 해내긴 했다.

물론 같이 갔던 친구들로부터 약간 뒤처지긴 했지만, 무거워진 내 속도를 인정하고 적잖이 쉬어가면서 차근차근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백록담에 닿긴 하더라. (xx 힘들긴 했지만...)

xx 힘들었던 등반의 현장 © 읽고.걷고.쓰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

무엇보다 이 생각을 무수히 반복했다. 그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끝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 같고, 5년 전에는 눈에 덮여서 보지 못했던 한라산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들까지도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내 속도에 맞지 않게 무리했더라면, 도중에 어딘가 탈이 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나를 받아들인 덕분에 지난 여행의 가장 큰 목표를 무사하고 아름답게 이뤄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마찬가지여야 할 것 같다.

지난 몇 년간의 온갖 욕심과 상처들을 모조리 끌어안으면서 내 마음도 어느새 한껏 비대해져 있다. 조바심과 불안이 그칠 줄 모를 때에도 그런 나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부정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래서 힘들었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생각의 반복 덕분에 느려진 몸으로도 한라산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마음에게도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고 수시로 얘기해줘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가며 버티다 보면 언젠간 다시 평안을 되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한 편을 보고 자야겠다.
몸과 마음이 무거워도 그만큼 내려놓으면 된다, 라고 되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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