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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빨랫감을 맡기고 오는 길.]

백양 세탁소에 마지막 빨랫감을 맡기고 오는 길. 겉잡을 수 없이 오르는 가게 월세 때문에 오랫동안 지켜온 자리를 떠나게 된 것에 사장님은 연신 미안하다고 하셨다. ⠀ 오르는 월세를 더는 붙잡을 수 없어 단골 세탁소가 떠나야 하듯이, 시간도 붙잡을 수 없이 흘러 벌써 2월을 떠나보내야 하고, 이제 몇 분 뒤면 3월이 그 빈곳을 채우게 된다. * 할 일 목록 ─ 3월 17일 전에 빨래 찾기

2021.02.21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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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무거워도]

한 친구와 하얗게 눈 덮인 한라산을 정상까지 등반했던 게 벌써 5년 전이다. 회사 생활을 핑계로 몸 건강의 관리가 그간 소홀했던 걸까. 5년 전에 비해 내 몸은 무거워져 있었고, 그 때문인지 다시 산을 오르면서 속도나 지구력이 낮아진 게 확실히 느껴졌다. 결국 등반을 해내긴 했다. 물론 같이 갔던 친구들로부터 약간 뒤처지긴 했지만, 무거워진 내 속도를 인정하고 적잖이 쉬어가면서 차근차근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백록담에 닿긴 하더라. (xx 힘들긴 했지만...) '조금 느려도 괜찮다.' 무엇보다 이 생각을 무수히 반복했다. 그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끝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 같고, 5년 전에는 눈에 덮여서 보지 못했던 한라산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들까지도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었다. ⠀ 만약 내 속도에 맞지..

2021.02.20 게시됨

[만으로 30년을 살아낸 것에 대한 단상]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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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으로 30년을 살아낸 것에 대한 단상]

열 살 땐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런 아이였고, 스무 살 땐 사랑을 시작할 줄 아는 소년이었던 내가 또 한 번의 십 년이 지나 서른 살이 되어서는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입은 상처들로 감정이 마모되어 버린 채 털-썩 주저앉아 있다. ⠀ 마모된 톱니의 빈자리는 우울과 무기력이 들어차 앉아 '나'라는 바퀴가 돌아가지 않게 하고선 나를 비웃곤 하는데, 세상도 그런 내게 왜 예전만큼 빨리 움직이지 못하냐며 다그치기만 한다. ⠀ 그런 비소(非笑)와 잔소리를 피해 보려고 스스로를 깊은 바다에 던져놓고 가라앉히며 지난 1년을 보냈다. 심연의 맨 밑바닥에서 해수면을 높이 올려다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의 내게 누군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허비하는 거라 말했다. 아마 그는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허망함이 가득..

2021.02.19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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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라면이다.]

라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다. ⠀ 하지만 우리 인생은 자기 자신의 고유한 맛을 마다하고, 나는 왜 더 맛있는 라면이 아닌지, 왜 불닭볶음면처럼 인기 많은 라면이 될 수 없는 건지 원망하고 자책할 때가 있다. ⠀ 그럴 때 라면을 위로하는 방법이 있다. ⠀ 냉장고에 남아있던 갖은 식재료와 조미료를 기호나 유행에 가깝게 넣어보는 것이다. 흔히들 넣어 먹는 계란만으로도 충분히 포만감은 늘 것이고, 조금 더 정성을 기울여 파기름을 내거나 해산물을 손질해 넣으면 향미가 풍부한 라면으로 거듭날 수가 있다. ⠀ 다만, 너무 많은 욕심 때문에 이것저것 재료들을 죄다 섞어 라면을 끓인다면, 아무리 최고급 식재료를 넣었대도 그만큼의 기대감을 채울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린 그저 저마다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재료..

2021.02.18 게시됨

(부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얼굴 모를 친구에게) 포스팅 썸네일 이미지

녹색의 사랑과 평화/무제 시리즈

(부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얼굴 모를 친구에게)

00님! 지난번 클하에서 인간관계의 주머니가 너무 많고, 그 주머니 하나하나마다 전심을 다 하는 성격인 게 고민이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그때 좋은 답을 드리지 못했던 것도 같고, 저한테도 공감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서 하루 더 혼자서 생각해봤는데요. ⠀ 음... 단순히 주머니의 개수를 줄이거나 없앤다거나, 각각의 주머니에 들이는 진심을 줄이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성격을 한 번에 바꾸시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여전히 들어요. (00님이 00님인 이유이기도 할 것 같고요.) ⠀ 대신 (다른 사람을 위한 주머니보다 큰) 나를 위한 주머니가 따로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고, 그 주머니를 먼저 가득 채워주는 걸 해보시면 어떨까 싶었어요. 나를 위한 주머니부터 두둑한 상태라면 내 마음에도 좀 더 여유..

2021.02.12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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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한 것들

걸으며 생각한 것들 (2)

얼마 전, 픽사(@pixar)의 공식 SNS 채널에 재밌는 이미지가 하나 올라왔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소울⌟의 주인공 Joe가 오선지에 적어낸, 라는 제목의 이미지였다. (아마 영화가 끝난 시점 이후에 Joe가 혼자서 작성한 거겠지?) 영어로 되어 있긴 한데, 호다닥 번역해보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더라. ⠀ -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 제자인 Connie가 트롬본을 계속 연습할 수 있도록 돕자. - 맨홀을 조심하자. (ㅋㅋㅋㅋ) - 지하철에서 버스킹하는 뮤지션들에게 팁을 주자. - "재징!"을 연습하자. - 바버샵의 Dez에게 삶에 관한 질문을 더 많이 하자! - 피자를 더 많이 먹자. - 살아있는 모든 순간을 즐기자!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하고 난 Joe였기에, 새해 다짐이 '꿈..

2021.02.09 게시됨